버릇 그래봤자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더니.
나에게는 특히 너무나 딱 떨어지는 말 같다고 하루종일 생각했다. 어릴 적부터 항상, 늘, 어김없이, 나는 당시 나에게 주어진 환경과 상황, 해야할 일들에 대해 쉽게 권태를 느꼈고 평범하게 느껴지는 것들은 그렇다는 이유만으로 그냥 싫증났으며, 현재 내가 익숙하다고 느끼는 모든 것들, 정해진 바운더리 바깥에 있는 것들에 대해 늘 호기심을 가졌다. 그리고 새로운 것을 어떻게하면 시도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단지)기분만 들어도 당장 시작했다. 시작이 반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렇게 늘 모험가처럼 구는 버릇을 오랫동안 가지고있다보니 안해본 게 없고 또 뭔가 해보고 그게 또 어느정도 익숙해지면 새로운걸 찾고, 또 시도하고, 또 새로운걸 찾고 이렇게 무한 반복.

학교다닐 때는 내 분야에서 한 우물만 (깊이)파는 스페셜리스트가 되고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쯤되니 난 제너럴리스트계의 스페셜리스트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서 하루종일 조금 우울했다. 무엇을 받아들이고 어디에 몰입을 할 지 선택의 기로에 덩그라니 그림자만 놓여있는 기분, 어디로 가야할지 선뜻 발을 앞으로 내딛지 못하겠는 건 처음 겪는 일이다. 지금껏 내가 그래온 것처럼 제너럴함을 누구보다도 스페셜하게 가진 호기심천국으로 살아가려면 남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나 시선따위엔 신경끄고 오로지 나 자신과 가장 친한 친구가 되고 두눈박이 마을의 외눈박이가 느낄만한 외로움을 동반자로 삼고 살아갈 용기가 필요한데 나는 여태 그렇게 살아오다가 갑자기 내가 갖지 못한 익숙함이 주는 안정감과 편안함에 대한 갈증을 요즘들어 느끼고있다. 왜지. 나이를 먹은 것 같다. 꼭 세월이 흘러서가 아니라 나의 정신이.

으 싫어! 하다가
결국 이것도 내가 그렇게 살아왔어 하고 깨달은 순간 나의 이 지남철같은 버릇이 또 도져서 지금의 나로부터 벗어나고 싶은건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생각은 많은데 답이 없다. 

웃긴건 지금 해야할 일이 하기가 싫으니까 평소에 미루던 글쓰기를 열심히 하다가, 이걸 열심히 하다보면 내가 해야할 일을 하고싶어지지 않을까해서 시작된 게 이 글쓰기. 나지만 내가봐도 정말 피곤하고 복잡한 사람이다 나는. 
그래서 결론은 무엇으로 스페셜리스트가 되자는 계획같은건 미리 세우지 말고 물 흐르듯!, 또 당장 할 일은 얼른 끝내고 잠이나 자자. 

n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