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봤자

제주도에 다녀왔다. 5/27-31.
첫날은 저녁 비행기라 공항에서 저녁 먹는 것 외엔 별다른 것 없이 보냈고, 둘쨋날 아침부터는 서핑을 했다. 그게 제주도를 간 주 목적이었으니까.
날씨는 내내 비가와서 서핑할 땐 비 맞으며 바다에서 논다는 게 신이났고, 잠시 쉴 때는 운치있다고 좋아하며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었다. 서핑이 끝나고 동네 구경을 하러 다닐 때 쯤엔 하늘은 개고 해도 적당히 보이는 선선한 날씨였다. 일기예보는 3일 내내 비였는데, 나는 한번도 우산이 필요했던 적이 없었다. 나는 제주도가 나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제주도에서 새 친구도 사귀었고, 오랜만에 제주에 있는 동생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며 내내 들었던 생각은 도시에는 상처가 많다는 것. 인간은 자연 속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는 것. 왜냐면 우리도 자연이니까. 삶의 본질에 대해, 그리고 중요한게 뭐였는지 다시 돌아봤다.
뭣이 중헌디. 
음.

제주에 가고싶었다. 두어달만 가서 살다 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고, 그러다 느리게 사는 법을 내 것으로 정말로 체득하게 되면 나는 어디로든 떠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늘 물질보다 중요한 것은 정신이고, 정신이 이 물질의 세계를 지배한다고 찬양해오던 내가 생각났다. 그게 (여전히)옳지 않은가.

사실 제주가 아니여도 내가 살고 싶은, 지향하는 그 삶은 바로 지금 여기에서도 만들 수 있다. 
가까운 거리에 할머니가 살고계신 집에서 나도 살아봐야겠다. 주변 동네가 개발되면서 더이상 시골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그 조그만 동네는 30년 전 모습 그대로인데, 그린벨트에 묶여있어 앞으로 30년도 문제 없을 것 같다. 

할머니의 집을 직접 고치며 곡성 같은 마을의 오래된 집 하나에 애정을 쏟은만큼 이렇게 바뀔 수 있다는 걸 보고 싶고, 인간의 삶 속에서 진정한 집의 의미가 뭐였을까 정립해보는 시간. 이 때가 아니면 언제 이런걸 해볼 수 있을까.

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