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신호 그래봤자



자는 사이 미이라가 된 줄 알았다.

일어나니 안구가 뻑뻑해서 안돌아가고 온 몸이 11월의 낙엽처럼 생기 없이 바스락거렸다. 일어나자마자 흐르고 흐르도록 눈꺼풀 까 뒤집어가며 인공눈물 골고루 적셔주고, 벌컥벌컥 빈 속이라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 위까지 닿는 물의 온도를 느꼈다. 그래도 뭔가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 느낌. 이게 바로 적신호구나, 몸이 보내는. 물통에 물을 가득 담아오며 오늘 하루 만큼은 이렇게 적어도 3번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키미슈미트의 10초만 참기 처럼 이런 하루를 내일도 보내고 모레도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여러 생각의 핵심 포인트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고 뭔가를 잃어버릴 짓을 근본적으로 줄이자.
요즘 몸만 적신호를 날리는 게 아니고 여러 면에서 삐뽀삐뽀 하고있다. 물론 남들은 모르고 진단은 오로지 myself. 정신과 영혼과 육체 모든 면에서 수박 겉 핥기 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주막 강아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것처럼 시간도 갈 때 나는 꽁무니만 쫓고있다. 이것만이라도 하고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수동이든 능동이든 더 늦기전에 영양가 없는 것 불미스러운 것 아닌 것 진지하게 따져보고 자를만한 건 좀 잘라내야겠다.

얼마 전 편안해서 요즘이 좋다고 했었다. 그 속에는 정말로 편안해서 좋은 것도 있지만 무슨 평화를 위한답시고 회피하고 외면해왔던 것도 포함되어있는데, 생각해보니 진짜 평안이 아닌 것들이 가지치기 1순위. 역시 내 팔자에 편안은 무슨.

좀 피곤해도 이왕 사는거 병자로 말고 건강하게 살자. 아름다운 것만 보고 살 순 없어도 그게 그런줄도 모르고 추한 것에 물들긴 싫다.